전북 고창 '호암마을'에 사는 한 수녀님의 이야기가 제 마음에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강칼라입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알프스 산맥 몽블랑 아래에 있는 이탈리아 북부 마을 쿠네오. 평화롭던 이 시골 마을도 1940년대 무솔리니 독재
정권의 칼바람을 비켜 갈 수 없었다. 회사원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1943년에 태어난 탈로네 리디아도
그랬다. 아버지는 무솔리니 정권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졸지에 가족의 생계를 떠맡게 된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어떤한 일이 있어도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된다. 사랑해야 한다."
탈로네가 중학교 3학년 때 또 다른 비극이 일어났다. 신부가 되기 위해 신학교 생활을 하던 오빠가 산에서 추락해
사망한 것이었다. 탈로네는 오빠가 못 이룬 종교인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다.
탈로네는 고국 이탈리아에서 19살에 수녀의 길을 선택했다. 그녀는 신학공부를 하고 '작은자매 관상 선교회'에 들어가 제 2차 세계대전으로 생긴 전쟁고아들을 돌보고 있었다. 그러다 이탈리아로 교육을 받기 위해 한국에서 온 한 수녀가 다시 한국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녀는 한국에 같이 갈 사람들을 찾고 있었다. 그 수녀로부터 한국은 전쟁 직후라 고아도 많았고 한센병환자도 많아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탈로네는 한국행을 결심한다.
1968년 10월20일, 스물다섯의 나이의 탈로네는 한국에 오게 되었다.
선교회를 통해 전북 고창군 고창읍 호암마을에 오게 된 탈로네는 그 후 단한번도 마을을 떠나지 않고 50년 넘게 오로지 한센병 환자들과 독거 노인들을 돌보며 살고 있다. 1990년 무렵까지 '동혜원'이라 불리던 '호암마을'은 1940년대 생긴 한센인 정착촌 중 하나인데 지금은 한센인 후손들과 호암마을에 이주한 주민 등 약 60여명이 살고있다. 대부분이 노인이거나 기초 생활 수급자들이다. 탈로네수녀의 한국 이름은 강칼라다. 한국성 '강'은 처음
호암마을에서 만난 한센인 강씨로 그는 탈로네수녀가 자기의 성을 사용하면 좋겠다고 말했고 그말을 들은 탈로네 수녀는 자기의 성을 '강'으로 지었고 '칼라'라는 이름은 수녀를 뜻하는 라틴어를 그대로 가져와 강칼라가 되었다.
강칼라수녀에겐 한국에서 한센병환자를 돌보며 살았던 삶에서 제일 잊혀지지 않았던 순간이 있다.
그가 완전 병아리 수녀일 때 맹장수술을 했지만 수술이 잘 안되어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한 심각한 환자에대한 이야기이다. "당시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었을 때에요. 이 환자가 너무 덥다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부채를 들고 부쳐 드렸어요. 그렇게 계속 부채질을 하고 있으니 팔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저도 덥고 힘들고, 손이 잘 안 흔들어지더라고요. 그렇게 그날 밤 자정을 넘어가는데 갑자기 그 환자가 저를 쳐다보면서 다른 말 없이 "감사합니다."라고 했어요. 그리고 돌아가셨어요. 그 말투와 표정이 안 잊혀요. 혼자 죽지 않게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거였어요. 부채질하는 건 아주 작은 행동이거든요. 그런데 그분은 함께 있어줬다는 자체를 너무 고마워하셨어요.
지금도 안 잊혀져요."
강칼라수녀는 지난 50년 동안 한센인과 도시 빈민, 노약자들을 돌보았지만 정작 자신의 건강은 살피지 못했다.
그녀의 양쪽 무릎에는 인공관절 수술자리가 남아 있고 발은 류머티즘으로 뒤틀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칼라
수녀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강칼라 수녀님같은 분들을 통해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기적이고 극히 개인적인 이 세상에서 자신의 삶을 무서운 병으로 소외되고, 좌절과 절망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이 작은 불꽃이 되어 어두운
이세상을 따뜻하게 비추는 모습은 하나님의 사랑의 모습이라 생각하니 감사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우리는 빚진자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은혜를 거저 받았으니 우리도 우리의 삶에서 주신 사람을 이웃들에게 나누는 작은 불꽃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